섀도우앤본 Shadow and Bone 감상


이 드라마의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설명할 생각은 없지만, 충분히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야기의 기본 뼈대

이야기는 판타지나 무협 같은 이런 류의 영화 또는 드라마가 전형적으로 가지는 요소를 골고루 품은 채로 전개된다. 본인의 힘을 자각하지 못하는 주인공. 주인공을 위해 헌신하는 친구. 그리고 주인공의 놀라운 힘을 노리는 위험한 적. 주인공이 그 적에게 속아서 한 때 타락하지만 친구의 진심과 적의 야심을 깨닫고, 다시 일어서서 그 적을 무찌르는 이야기. 심지어 죽은 줄 알았던 그 적이 더 위험한 힘을 이끌고 돌아오는 모습은 다음 시즌이 있다는 것을 — 역시 전형적으로 — 알려주고 있다.

이야기는 판타지나 무협 같은 이런 류의 영화 또는 드라마가 전형적으로 가지는 요소를 골고루 품은 채로 전개된다. 복수를 꿈꾸지만 현실적인 한계로 본심을 숨긴 채 살아가는 영리한 주인공. 주인공과 서로를 신뢰하는 동료. 우연히 찾아온 기회에 복수를 위해 시작하는 여정. 주인공 일행은 갖지 못한 초월적인 힘을 가진 적을 상대해야 하지만, 재치와 본연의 능력으로 난관을 헤쳐 나가는 일행. 그리고 단지 복수가 아니라 더 중요한 것을 깨달아 가는 주인공의 이야기. 그렇게 모험이 마무리될 것 같은 순간에 또 다시 찾아오는 우연이 다음 시즌이 있다는 것을 — 역시 전형적으로 — 알려주고 있다.

어쩌면 흔히 보아온 대로 이야기가 전개되지만, 아래에 좀더 자세히 설명할 요소와 더불어 두 개의 익숙한 이야기가 씨실과 날실처럼 엮이면서 전체적인 스토리는 상당히 흥미롭게 흘러간다. 그리고 에피소드의 수도 8개로 짧게 끝나기에 지지부진한 느낌없이 압축적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눈길의 끄는 요소들

판타지 드라마로서 이야기의 얼개도 나쁘지 않았지만, 시리즈를 계속 이어보게 한 매력은 기존의 판타지와는 다른 요소를 보여준다는 점과, 넷플릭스에서 나온 드라마치고 꽤 화려한 효과를 보여준다는 점, 그리고 등장인물들이 매력적이라는 점이다.

그리샤 Grisha

그리샤는 일반적인 판타지 소설이나 영화에서의 마법사나 초능력자 역할을 맡고 있다. 어느정도 초능력에 가까운 것은 사실이지만, 드라마 내에서도 미세과학이라고 표현하듯이, 일반적인 마법 또는 초능력과도 궤가 약간 다르다. 그리샤에는 불을 다루는 인페르니나 바람을 일으키는 스콸러처럼 자연의 원소를 다루는 능력이 있고, 타인의 심장박동을 조절하는 하트랜더나, 사람을 치료하거나 외형을 바꿀 수 있는 힐러, 테일러, 마지막으로 페브리케이터라고 불리며 물건이나 장치를 더 정교하게 만들어 내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주인공이 속한 왕국에서는 그 특이한 능력으로 군대에 소속되어 활동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나라에 따라서는 마녀로 인식되어 처형되거나 노예, 생체실험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그 능력으로 그리샤들이 일반인에 비해 압도적인 무력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 놀라운 능력이고, 일반인에 비해 여러 측면에서 상당한 우위를 점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의외로 쉽게 취약점을 내보이기도 한다. 예를 들어, 심장박동을 조절하는 능력으로 다른 사람의 심장을 거의 터뜨려 버리거나 잠들게 할 수도 있지만, 일단 대상자가 눈에 보여야하고, 특유의 손동작을 취해야만 힘이 발동된다. 인페르니나 스콸러도 마찬가지여서 급습을 받거나, 상대가 능숙한 전사이면 고전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이 세계에는 총이 존재한다.

매력적인 인물

앞에서도 말했듯이 이야기는 크게 두 개로 나뉘어서 이어지다가 절정에 가까워서 서로 교차한다. 그리고 각각의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등장인물들은 각각을 주인공으로 생각하고 드라마를 봐도 될만큼 매력이 있고, 흥미로운 과거를 안에 품고 있다. 저주받은 소녀와 비교했을 때, 저주받은 소녀의 캐릭터는 주인공인 니무에와 주변 몇 여자 동료를 제외하고는 멍청하지 않거나 우유부단하지 않거나, 성격이 배배 꼬이지 않은 사람을 찾기 힘들 지경이었다.

그에 반해 이 드라마에 나온 인물들은 역할에 어울리는 성격을 잘 갖추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알리나은 어려서 같은 고아원에서 함께 자란 친구 사이이다. 서로를 믿고 의지 하고 있으며, 말이 군대에 가게 되었을 때, 말과 함께 있기 위해 알리나도 군대에 자원해 가서 지도 제작병이 된 것으로 나온다. 알리나는 모르고 있었던 본인의 힘과 친구에게서 분리된 상태에서 키리건의 책략으로 흔들리기도 하지만, 전반적으로 당차고 중심을 잘 잡고 나아가는 사람이다. 말은 알리나에게 헌신적이면서도, 그 외에 친구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진중한 성격이다. 목표한 바가 있으면 그저 묵묵하게 밀고 나가는 스타일이다.

카즈와 이네즈, 제스퍼는 뒷골목에서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 중, 카즈가 리더격인데 본인의 복수를 모든 임무 중 가장 우선순위에 놓지만, 동시에 본인이 현재의 위치까지 올라올 수 있도록 도와준 친구들을 자기 목숨만큼 소중히 여길 줄도 안다. 드라마 끝날 즈음엔 복수를 포기한 것은 아니지만, 친구들의 가치관까지도 어느정도 받아들이는 수용성을 보여준다. 이네즈는 워낙 비밀이 많은 사람이다. 제스퍼는 대단한 실력의 명사수인데, 드라마 상에서는 게이로 나온다. 남자 그리샤와 싸우는 장면이 나오는데, 보고 있으면 저 실력으로 머리에 한 방 쏴버리면 금방 끝나버릴 것을 왜 방탄복을 입고 있는 줄 알면서 심장을 연속해서 노리나 의아했다. (아저씨의 아직 한 발 남았다 느낌으로 한 점을 쏴댄다) 그러다 잘 생겨서 차마 얼굴을 못 쏘겠다는 한 마디에 상황을 납득했다. 하룻밤 같이 시간을 보낸 염소도 끔찍이 여길 만큼 정이 많다.

무엇보다 모든 인물이 매력적이라고 느끼는 이유 중 하나는 적을 포함한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있는 힘껏 노력하고, 또 그만한 실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눈요기

다시 한 번 저주받은 소녀와 비교하게 되었는데, 저주받은 소녀는 그닥 화려한 특수효과라고 볼만한 것이 거의 없었다. 그나마 꽤 볼만하다고 생각한게, 시즌 가장 마지막에 멀린이 번개 마법을 쏘는 정도였고, 5분이 채 되지 않았다. 니무에가 엑스칼리버를 들고 휘두르는 장면은 액션이라고 말하기도 민망했다.

섀도우 앤 본에서도 아주 큰 규모의 특수효과가 자주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그리샤가 사용하는 기술들이 충분히 흥미로운 볼거리가 되어 준다. 그리고 장막에 들거나 키리건이나 알리나가 능력을 쓰는 장면은 규모도 제법 크고, 화려해서 판타지 영화에 응당 기대할 만한 눈요기가 되어준다. 액션의 경우에도, 마블 영화같은 화려한 액션은 없지만 현실적이면서도 짜임새 있는 장면을 연출한다.

시간을 들일만한 드라마

미국에서 상당히 있기있는 원작 소설을 기반으로 했다는데, 그 만큼 이야기와 등장인물에 짜임새가 있고, 몇몇 클리셰라 생각 들법한 전형적인 부분들도 있지만, 그렇다고 드라마의 완성도를 깎아먹을 정도는 아니다. 보고 있으면 항상 다음 이야기가 궁금했고, 크게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도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글을 여기까지 읽었을 정도면 이런 류의 드라마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정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섀도우앤본을 보고 시간을 아까워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