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노보 트랙포인트 키보드 Lenovo Trackpoint Keyboard


업무용으로 씽크패드 노트북을 사용한 적이 몇 번 있다. 그 노트북의 키보드 사이에는 둥글고 빨간 고무가 붙어 있었는데, 소위 빨콩이라고 불렸다. 처음에는 용도조차 몰랐다. 나중에 몇 번 사용을 시도해 봤는데, 톡 건드리면 이리저리 마우스 포인터가 튀는 것을 겪고 나서는 쓸 생각을 완전히 접었다. 그나마 빨콩과 한 세트인 좌/우/가운데 클릭 버튼은 트랙패드를 쓰면서 자주 활용했다.

처음 이런 키보드가 별도로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는 별 관심이 가지 않았다. 그러다가 아이패드에서 마우스/트랙패드를 본격적으로 지원하기 시작하고 나서 점차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회사에서 개인적으로 구입한 K780을 회사 노트북과 내 아이패드에 모두 연결해서 사용하고 있는데, 트랙포인트가 아이패드에서도 잘 작동한다면 회사에서도 아이패드를 좀 더 편하게 사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레노버의 홈페이지에서 할인을 했지만, 도무지 결제가 되지 않았고, 포기하려던 차에 아마존에서 거의 정가에 팔고 있기에 바로 구입을 해봤다.

연결

앞서 말했듯이 회사에 보통 아이패드를 가져와서 사용한다. 휴대폰은 항상 들고 다니기에 K780을 사용할 때는, 회사 컴퓨터와 아이패드, 아이폰에 키보드를 연결해서 사용했다.

함께 쓰는 로지텍의 트랙볼은 컴퓨터와 아이패드에 연결해서 쓰는데, 아이패드와 전환해 가며 사용하는 것이 키보드에 비해 불편해서 기기를 오가면서 사용하는 일은 거의 없다.

트랙포인트 키보드를 사용하면 키보드를 전환하는 것만으로 마우스도 함께 사용할 수 있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이러한 점을 좀더 기대하고 구입했고, 실제 효과가 있었다.

다만, 로지텍이 동글 하나를 포함해 총 3대의 기기와 연결할 수 있는 반면에, 트랙포인트 키보드는 동글 하나, 블루투스로 하나의 기기에만 연결이 가능하다. 블루투스로 두 대의 기기에 연결해둘 방법은 없고, 블루투스로 두 대의 기기 간에 전환하려면, 처음 연결했던 기기에 다시 연결할 때는 기존 프로파일을 지우고 다시 연결할 수 밖에는 없다.

그래도 연결 자체는 쉽게 잘 되고, 연결되어 있는 동안에는 안정적으로 연결이 유지되면서 작동한다.

기기 간의 전환

동글 연결과 블루투스 연결의 전환은 조금 번거로운 것은 사실이다. 로지텍의 키보드가 버튼 하나만 누르면 전환이 되는 반면에 트랙포인트 키보드는 스위치를 이리저리 옮겨줘야하고, 이 스위치가 키보드 뒷편에 붙어 있고, 약간 뻑뻑하므로 쉽게 잘 되지는 않는다.

그리고 기기간 전환에도 직전에 쓰던 K780에 비해서는 시간이 좀더 걸리는 편이다. 정확하게 시간을 측정해본 것은 아니다. 그러나 K780에서 0.5초 정도에 전환이 이루어진다는 느낌이라면, 트랙포인트 키보드에서는 확실히 1초 이상은 걸리는 것으로 느껴진다.

마지막으로 아쉬운 점은 블루투스로 전환할 때, 매번 기기가 틀림없이 연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최소 5번에 한 번 정도는 블루투스로 전환했을 때, 키보드가 아이패드와 연결되지 않는다. 물론 다시 동글로 전환했다가 돌아오면 거의 항상 성공적으로 연결되지만, 앞서 말했던 불편을 생각하면 상당히 거슬린다.

키보드

키보드에 대해서는 특별히 말 할 것이 없다. 기계식의 달칵거리는 느낌에 대해 특별한 선호가 있는 것도 아니고, 어지간한 노트북의 키보드면 충분히 만족하며 써 왔다.

트랙포인트 키보드도 내가 납득할 수 있는 최소한의 수준은 충분히 맞추고 있다. 키보드를 누를 때 시끄럽게 울리거나 키가 너무 낮아서 바닥을 두드리는 것 같지도 않고, 너무 깊거나 무겁게 느껴지지도 않는다. 개인적으로 직전에 쓰던 K780과 큰 차이를 느끼지는 못한다.

키보드 배치와 관련해서는 편한 것 하나, 불편한 점이 하나 있는데, 기능키를 기능키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은 장점이고, 안드로이드를 위한 키보드 전환스위치가 별도로 있다는 점은 불편한 점이다.

기능키 잠금

K780은 기능키를 잠글 수가 없다. 물론 Options를 설치하면 F키와 기능키를 바꿔서 사용할 수 있지만, 프로그램 설치가 막힌 회사 컴퓨터에서는 언감생심. 그래서 F2를 누르려다 아이패드로 전환되는 일이 꽤 자주 있었다.

그에 반해 트랙포인트 키보드는 기능키 잠금이 가능하고, 키보드를 껏다 켜거나, 아이패드로 전환했다가 돌아와도 그 설정이 그대로 유지되어 편리하다. K780에서 이 키보드로 바꾸면서 가장 편리한 점 하나만 꼽자면 바로 이것.

안드로이드 키

사진에서 F9~F12키 위에 보면 작게 아이콘이 그려져 있는데, 안드로이드에서 사용하기 위해 따로 키를 할당해둔 것이다. 안드로이드라는 것은 할당된 기능은 네 개지만 네 개가 모두 아이패드에서 작동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물론 화면 밝기라거나 볼륨같은 것은 따로 할당되어 있지 않아도 사용에 지장이 없다. 문제는 안드로이드 키보드를 사용하려면 또 스위치를 켜야한다는 것. 트랙포인트 키보드는 연결 전환과 전원 등 모든 것이 스위치로 변경하게 되어 있다. 이 스위치 역시 키보드 뒷 쪽에 붙어있고, 매번 바꾸는 것은 너무 번거롭기 때문에 그냥 원래 상태로 두고 사용하고 있다.

다른 아쉬운 점은 K780과 달리 화면 잠금이나 홈버튼 단축키가 없다는 것이다. 홈버튼은 iPadOS에서 자체 단축키를 제공하기도 하고, 트랙포인트로 커서를 바닥으로 내리면 홈화면으로 가기 때문에 크게 불편한 것이 없다. 회사에서 쓰면서 잠금 버튼이 없는 것은 불편한 것이 사실이다.

빨콩: 트랙포인트

정교한 작업은 무리지만 익숙해질 수록 좀더 편해지는 측면이 있다. 손의 움직임을 줄여준다. Vivaldi에서 가운데 버튼을 누르고 트랙포인트를 움직였을 때 스크롤이 되지 않고, 마우스 움직임에 따라 화면을 움직이는 커서만 생성되었는데, 가운데 버튼을 두번 누른 채로 움직이니 스크롤이 된다

익숙해진다 하더라도 빨콩으로는 정교한 작업을 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PPT 슬라이드를 만들어야한다면 마우스나 트랙볼, 그도 아니라면 차라리 트랙패드를 사용하는 것이 훨씬 낫다. 트랙포인트라는 이름대로 원하는 곳에 커서를 가져다 두는 정도가 최선. 그래도 적응이 될 수록 타자를 치는 중간중간 가볍게 커서를 옮겨야할 때, 굳이 마우스를 건드리는 것보다는 품이 적게 든다. 스크롤에서도 정교하게 두어줄 내리는 것은 물론 어렵다. 하지만 한 번에 여러 페이지를 빠르게 내려야한다면 확실히 더 빠르고 편리하다.

아이패드에서 사용하는 것도 크게 다를 것은 없으나, 스크롤이 좀더 불편해진다. 아이패드에서 트랙포인트와 연관딘 키를 인식하는 것과 관련된 문제인데, 가운데 버튼도 그냥 일반 버튼처럼 인식하기 때문이다. 노트북에서처럼 스크롤이 정교하지 못한데, 스크롤을 내리다보면 특정 버튼을 길게 누른 것 같은 효과가 생겨서 사이사이 화면 바깥을 눌러줘야 한다.

트랙포인트에 대해 요약하자면, 유일한 포인팅 도구로 사용하기엔 불편하고 모자람이 많다. 하지만 보조도구로서는 충분히 쓰임새가 있고, 몇몇 작업에서는 더 편리하게 느껴지기도 하다.

잘 만든 키보드, 하지만

키감도 충분히 만족스럽고, 트랙포인트는 — 아직 적응해 가고 있는 중이지만 — 문자를 입력하다 잠깐 커서를 옮기고 다시 타자를 이어가야할 때 편리하다. 키보드 자체 기능으로 기능키 잠금이 있는 것은 그 전에 쓰던 K780에 비해 확실히 편한 점이다.

아이패드에 붙여서 쓸 때도, 트랙포인트를 이용한 스크롤이 불편한 점 외에 키보드로서 사용하기에는 만족스럽다. 몇몇 아이패드 용도의 기능키는 부족하지만, 문서 작업하면서 자주 사용하는 것은 아니니까.

요약해 보자면, 각각의 기기에서는 만족스러운 키보드이다. 하지만 두 기기에 동시에 붙여놓고 쓰기엔 불편하다.

버튼이 아닌 스위치로 전환하는 것이 작은 차이이지만 자주 사용하기에는 계속해서 거슬리는 점이 있다. 그래서 Mx Keys를 추가로 구입했다… 회사에서는 Mx Keys를 사용하고, 트랙포인트 키보드는 집에서 아이패드에만 물려서 사용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