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일, 다시 기본으로
계기
지금 찾아보니, 2016년에 Airmail에 대한 글을 썼다. 그 전부터 사용하기 시작했을테니, 메일 클라이언트로 에어메일을 써온 것이 벌써 3년은 된 것 같다. 그 기능을 특별히 잘 활용해온 것은 아니지만 쓰면서 크게 불편한 점도 없었기에 굳이 바꾸려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
그러다가 어떠한 이유로 과거의 메일을 검색해볼 필요가 생겼다. 에어메일에서 검색을 해봐도 결과는 나오지 않았고, 해당되는 폴더로 가서 하나하나 찾아봐도 특정 시점이 되면 더 이상 메일이 불러와지지도 않았다. 그 순간에는 모바일의 한계려니 하고, 노트북에서 Gmail로 접속해들어가 메일을 찾아냈다.
조금 지나서 생각해보니, 꼭 그렇게 검색이 안될 것 같지는 않아서 당장 몇개 클라이언트를 시험해봤다. 아웃룩은 에어메일과 검색결과가 다를 바 없었지만, Readdle에서 만든 Spark는 내가 원하는 검색결과를 제대로 보여주는 것을 확인하고, Spark를 쓰기로 마음 먹었다.
Spark를 쓰다가 문득 생각났다. 기본 메일앱에서는 결과가 어떻게 보여질까?
그래서 한 번 테스트해보니 Spark처럼 제대로된 검색 결과를 보여준다.
예전에는
예전에 기본 메일앱을 쓰지 않고, 외부 개발자가 만든 메일앱을 기웃거린 이유는 당연히 기본앱에서 불편한 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 나는 인박스로 들어온 메일을 확인한 다음, 필요없는 것은 삭제하고 보관해둘만한 것은 보관소로 보낸다 (Archive) 기본 메일앱은 둘 중 하나만 하기는 쉽지만 두 가지를 다 하려면 번거로워진다.
- 특히 예전에는 종종 받은 메일을 OmniFocus나 Things같은 앱으로 보내거나, 에버노트 등에 저장해뒀다. Airmail에서는 미리 Action을 지정해두고 한 번 스와이프로 메일을 다른 앱에 보내고 보관까지 할 수 있었다. 기본 메일앱에서는 내용 전체를 복사한 다음에 해당 앱으로 가서 붙여넣기 하는 수 밖에는 없었다.
- 그리고 조금 더 나은 사용자화. 기본 메일앱에 비해서 내가 사용하기 조금 더 편하게 메뉴나 스와이프 액션을 바꿔둘 수 있었다. 이런 면에서는 특히 Airmail이 뛰어났다.
이런 이유로 처음 에어메일이 출시되었을 때 구입했고, 특별히 문제가 없으면 (할일 앱을 제외하고는) 그냥 정착하는 편이어서 오랫동안 에어메일을 써왔다. 그러다가 앞서 쓴 것처럼 검색결과에서 의문을 느끼고 다른 앱을 둘러보기 시작한 것이다.
난 헤비유저는 아니어서
사실 나는 그다지 헤비유저라고 보기에는 어려운 편이어서, 에어메일의 다채로운 기능도 잘 사용하지는 않았다. 사실 그렇게 열심히 쓸일이 없었고, 몇 가지 편리한 기능만 골라서 써왔다. 그나마도 최근들어서는 더 적게 쓰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막상 기본 메일앱을 사용했을 때, 크게 불편하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예전에 불편하게 생각했던 요소가 사실 거의 그대로 남아있긴 했지만, 이제는 그게 그렇게 핵심적인 요소로 남아 있지 않게되었다.
게다가, 최근에는 iOS 13(아이패드에는 iPADOS 13)을 올려서 사용해보고 있는데, 기존에 기본 메일앱을 쓰면서 불편했던 사항이 어느 정도 해소되었다. 여전히 메일 전체를 다른 앱으로 한 번에 보내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스와이프를 통해서 삭제/아카이브를 쉽게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메일 내용을 확인하다가 답장 버튼을 누르면 아래와 같이 답장/전달에 더해서 삭제, 아카이브, 정크로 보내기 등이 생긴다.
그래서
아이폰에서는 다른 메일 앱은 모두 지워버리고 기본 앱만 사용하고 있다. 아이패드에서는 비교를 위해서, 또, iOS 13의 메일앱이 아직 불안정하여, 여전히 스파크와 에어매일을 깔아두고는 있지만 곧 지워버릴 생각이다. 중요하지 않은 곳에서 굳이 복잡해야할 필요는 없다.
그리고, 이 다음으로는 할일 앱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려고 한다. 지금까지는 OmniFocus와 Things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었는데, 과연 내가 할 일이 그렇게 복잡할까. 그냥 미리알림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특히 iOS 13의 미리알림은 그 전에 아쉬웠던 사항들이 다수 해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