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6S Plus, 디스플레이와 배터리 교체


전화기를 살짝 떨어뜨렸다.

기차를 타고 집으로 가는 길이었다. 자리에서 일어나는 참에 허벅지 높이도 안되는 곳에서 부드러운 바닥에 살짝 떨어뜨린 것 뿐이다. 그래도 화면 한 쪽에는 뾰족한 무엇엔가에 찍힌 듯 좁고 깊게 파여있고, 그 점을 중심으로 디스플레이에 긴 금이 여러 줄 생겼다. 아직 2년은 더 써야 하는데… 올초 설에 벌어진 일이다.

부모님 댁에 도착하자마자 알리익스프레스에서 디스플레이를 주문했고, 하는 김에 대략 1년 전에 한 번 교체했던 노혼의 호환 배터리를 하나 더 구입. 그러고는 한 달을 기다렸다.

배터리 교체

최소 아이폰 6S까지는 배터리 교체는 그렇게 어렵지 않다. 홈버튼의 지문인식 관련 부품도 디스플레이에 딱 붙어 있고, 공식적으로 방수를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테두리의 접착을 뜯어내는 것도 크게 부담이 없다. 다만 이번에는 화면이 깨져 있으니 뚜껑을 뜯으면서 깨진부분이 바스러지지 않게 주의하기만 하면 된다.

배터리를 교체하는 장면은 유투브를 참고했다. 처음 한 번은 그냥 자세히 살펴보고, 그 다음엔 장면장면 일시정지 해가면서 따라하면 어렵지 않다.

주의할 점은,

  1. 확 제끼다가 화면이 깨지지 않도록 할 것
  2. 화면을 처음에 90도까지만 들어야한다. 디스플레이와 본체 보드의 커넥터가 찢어지지 않도록 주의
  3. 배터리를 고정시킨 접착 테이프를 끊어지지 않게 뜯을 것: 이건 테이프가 꼬이지 않게 잘 펴서 아주 천천히 잡아당기면 그런대로 잘 된다.
  4. 접착테이프를 뜯어내지 못했을 때, 무리해서 뜯으려다 배터리가 꺾이면 불이 붙기도 한다고 들었다.

조립은 역순으로 천천히 하면 된다.

새로운 디스플레이

배터리 교체가 끝나면 이제 화면을 갈아야 합니다. 화면은 아마 풀세트를 사서 통째로 갈았다면 쉬웠을지 모르겠는데, 내가 구입한 것은 20달러 미만의 제품들로 지문인식 센서는 물론이고, 전면카메라 부속도 붙어 있지 않아서 기존 디스플레이에서 곱게 떼서 붙여줘야한다.

이 역시 유투브에 올라온 동영상을 참고해서 작업했다. 먼저 한 번 필요한 부분을 보고, 화면을 켜서 작업 중인 부분을 돌려보면서 천천히 진행했다.

홈버튼

가장 걱정했던 것은 지문인식센서. 혹시나 선을 끊어먹거나 고장이라도 나면 다른 부품으로 교체할 수도 없고, 터치ID를 사용할 수 없게 되어 버린다. 생각보다는 쉽게 분리가 되었다. 접착제가 붙어 있어서 드라이기로 조금 데워서 힘을 주어 살짝 뜯어냈고, 다른 부분은 나사만 잘 풀면 괜찮았다. 새 제품에 다시 부착할 때는 접착은 신경 쓰지 않고, 나사만 적당히 조여주면 OK.

처음 나사를 너무 꽉 채웠더니 홈버튼 눌리는 느낌이 없어져서, 다시 살짝 풀어줬더니 적당히 딸칵하는 느낌이 생겼다. 한 가지 주의할 것은 홈버튼을 얹고 나사를 채울 때 순서에 맞게 포개놓지 않으면 마지막에 화면이 눌린다는 것이다.

전면부 카메라

개인적으로는 디스플레이 교체하는 과정에서 가장 난이도가 높게 느껴졌다. 접착된 부분을 처음 때어낼 때도 연결선이 상당히 가늘어서 끊어먹을까봐 걱정되었고, 커넥터가 몇 개 모여있다보니 적당한 순서로 포개는 것과 덮개를 잘 덮는 것까지 번거로운 편이었다. 접착부를 뜯고 나서 다시 조립할 때도 새 제품의 스티커를 살짝 벗겨서 다시 접착부에 붙여줘야했고, 정작 카메라 렌즈 부는 마지막 덮개를 덮고 나사를 다 채울 때까지 특별히 고정해둘 방법이 없어서 손이 많이 간다.

화면 뒷판

화면 바로 뒤의 철판은 쉽다. 테두리를 따라 7개 정도의 나사를 잘 풀어내서 새제품에 다시 잘 덮고 조여주면 끝. 다만 터치ID를 조립할 때 뒷판을 풀고, 터치ID를 조립하고, 그 다음에 다시 뒷판을 조립해 줘야한다. 혹시나 나처럼 터치ID 나사를 하나 깜박했다면, 괜히 이리저리 시도하다가 시간만 버리지 말고 뒷판부터 바로 뜯어내자.

다시 한 번

새로운 디스플레이를 다 조립하고 났더니 불량이었다. 화면은 오히려 예전 제품 윗부분 구석에 빛샘이 있었는데, 그것도 해결되었고 화면이 깨끗하게 표시된다. 그런데 처음 암호를 누르는 화면에서 4, 5, 6 바로 아랫부분부터 독이 있을 부분 바로 위 정도까지가 터치가 먹통이다. 가로화면 모드까지 동원해서 시도해 본바 딱 그 영역의 직사각형 부분이 터치가 되지 않는 불량.

일단 바로 환불 신청. 혹시 사설에서 고쳐볼까 하고 다음날 새 디스플레이를 달고 출근을 했는데, 사설은 터무니 없는 가격(19만원이었나)을 부르길래 바로 마음을 접었다. 하루 고생하고 나서 집에 와서는 바로 불량품을 분리하고, 깨진 화면을 다시 붙여 놓았다. 그러고는 새 제품을 비슷한 가격인 19천원 정도에 주문하고 다시 한 달을 기다렸다.

그리고 위의 화면 교체 작업을 한 번 더 했는데, 이번에는 접착제도 이미 모두 떨어져있었고, 한 번 해봐서 손에 익은지라 훨씬 쉬웠다. 그러고 다시 말끔해진 전화기를 쓰기 시작했다. 터치가 자주 끊어지긴했다. 신경쓰이지만 너무 짜증나서 전화기를 집어던지고 싶지는 않은 정도. 아내는 자기 보기에 화질이 더 안 좋아진 것 같다고 했다. 자글자글. 그래도 어쩌겠나, 써야지.

아름답게, 마무리

그렇게 다 교체를 하고나서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 아내가 전화기를 새 것으로 바꾸자고 했다. 원래는 1년 정도는 더 쓰려고 했는데, 특히 새로운 아이폰의 인물사진 모드가 탐나서 넘어가기로 한 듯. 마침 국내 통신사에서 보조금도 제법 나오길래 아내가 먼저 바꿨다. 그리고 다음 주 건강검진이 있던 날 오후에 나도 새로운 전화기로 바꿨다.

홈바도 나름 편하고, 페이스ID도 나쁘지 않다. 인물사진 모드는 상당히 유용해서 만족스럽게 사용 중이다. 며칠 전에는 구입하고 한 달이 다 지나기 전에 JCB 카드를 발급받아서 아내와 나의 새 아이폰에 애플케어플러스를 가입해 두기도 했다.

심각한 수준의 외과수술을 버텨내고 기사회생한 내 아이폰6S Plus는 먼저 배를 가득 채운 다음, 잠든 채로 자신의 쓸모가 발견되길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