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Grand Budapest Hotel
꽤 오래전에 넷플릭스에서 찜해두고 있다가 어제 저녁에서야 보기 시작했다. 근래 주말 집에 혼자 있는 시간에는 부수고 죽이는 영화 아니면 좀비물 위주로 많이 봤는데, 오랜만에 좀 잔잔한 힐링 영화를 보고 싶다는 생각에 이 영화를 보기로 마음 먹었다. 그리고 시놉시스를 읽자마자 내 기대와는 조금 다른 영화일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잔잔한 음악이 흐르는 힐링 영화일 것으로 생각하고 이 영화를 찜해뒀었는데, 영화의 설명은 범죄/살인/코미디 같은 단어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래서 그냥 보지 말까 하다가 스냅샷이 예쁘다는 생각이 들어서 보기 시작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한 시간 반쯤 시간을 들여서 한 번 봐도 될 법한 영화다.
영화는 어느 나이든 작가의 회상으로 시작한다. 이 존경받는 소설가는 소설이란 작가가 완전히 새롭게 창작해 낸 것은 아니며, 그저 주변 사람들의 행동을 유심히 관찰하고 주의깊게 들은 것으로, 그 이야기를 잘 보존해서 전달하는 것이라는 거다. 이 작가가 한 때는 최고급이었으나, 이제는 낡고 퇴락한 호텔에 휴가를 갔다가, 호텔의 주인과 저녁을 먹으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액자식의 구성이다. 작가가 들은 이야기를 관객에게 전달하는데, 먼저 영화의 조연이 작가에게 자신의 경험을 풀어내는 형식이다. 나이 지긋한 이 노인은 자신의 이야기에서는 고향을 멀리 떠나와서 호텔의 Lobby boy로 겨우 취업한 풋내나는 소년이다. 그래도 제법 빠릿빠릿해서 호텔의 지배인이 흡족해했고, 그래서 그와 함께 여행을 떠나게 된다.
영화의 줄거리는 접어두고, 영화에는 시놉시스처럼 살인과 나름의 모험이 나오지만, 전체적인 영화의 분위기에 맞게 다루어져 있다. 모험은 생각보다는 쉽게 풀려나가고, 악당의 살인은 직전까지는 분위기를 무섭게 깔지만, 실제로 일어날 때는 가볍고 우스꽝스럽게 묘사되어 있다. 영화 이야기자체는 특별할 것은 없지만, 영화에 나오는 아름다운 배경과 서구의 고풍스런 저택을 보는 맛이 있다. OST도 제법 유명했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화면은 약간 투박한 느낌인데도 쉽사리 눈을 때기 어렵게 아기자기하다.
아마 영화에서 의미와 오밀조밀하게 잘 짜여진 이야기를 바란다면 썩 재미있는 영화는 아니겠으나, 나처럼 영화에서 시각적인 재미도 상당히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제법 재미있게 볼 수 있겠다. 개인적으로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와 비슷한 인상을 받은 영화이다. (시대와 공간적 배경, 이야기 전개가 전혀 다름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