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노동자들이 독립계약자로 잘못 분류되고 있습니다. 이 사실이 왜 중요할까요?
글의 기본적인 논리와 배경은 Havard Budiness Review에 기고된 Lots of Employees Get Misclassified as Contractors. Here’s Why It Matters를 참고 했습니다.
공유경제, 혹은 약탈경제
저는 Uber나 AirBnB로 대표되는 공유 경제라는 것에 대해서 어느정도 의구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공유겅제를 통해서 소비자들이 많은 혜택을 얻게된 것이 사실이고, Uber나 AirBnB가 택시조합이나 대형 숙박업계 외부의 사람들에게 부가적인 수익창출의 기회를 준 것 또한 사실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노동자들을 더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하기도 했습니다. 기존에는 정규직의 테두리 안에서 법적인 보호를 받을 수도 있었던 사람들이 법의 보호 밖으로 뛰쳐나오게 만들었습니다. 사람들을 그 테두리 밖으로 밀쳐내는 것은 부가수입의 유혹이고, — 다른 한 편으로 노동자이기도 한 — 소비자들의 효용 증대가 정당화의 도구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물론 시작은 그랬을지도 모르지만, 어느새 우버 운전자는 전업 비정규직 택시 운전자가 되었고, 이렇게 만들어진 극도의 노동 유연성은 플랫폼 기업들의 수익을 극대화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공유경제에서도 자본의 힘은 강합니다. 예를 들어, 우버나 리프트의 운전자는 차 한 대만 있으면 뛰어들 수 있지만, Airbnb를 하려면 집이 있어야겠죠. 에어비앤비 참가자는 기본적으로 — 소규모일지언정 — 자본가라는 뜻이 됩니다. 2017년 6월말 Fortune의 기사를 보면 리프트 운전자가 월 평균 $377, 우버 운전자가 월평균 $364를 버는 동안 에어비앤비 임대인은 $926을 벌어들였습니다. 결국 공유 경제의 세계에서도 노동의 가치는 상대적으로 더 헐값에 거래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문제의 가장 중요한 원인 중 하나는 이들이 일종의 독립계약자로 노동하기 때문입니다.
독립하지 못하는 독립계약자
미국의 경우, 독립계약자의 비율은 2005년 6.9%에서 2015년에는 9.6%였으나 최근에는 전체 피고용인의 40%까지 증가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중 상당 비율의 사람들은 그래선 안될 사람들이 잘못 분류된 것인데, 예를 들어 미국 남부의 건설 노동자 중 1/3이 잘못분류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아마 우리나라도 더 심하면 심했지 덜 하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예를 들어, 택배 기사의 상당수는 대부분 특정 택배사에 종속되어 일하지만, 독립계약자로서 본인트럭을 유지하면서 연료 등 각종 비용을 직접 부담하며 배송업무를 하는 것으로 압니다. 그리고 쓰레기 수거의 경우에도 기사 각자가 차를 보유 운영해야하고, 몇 년에 한번 새로운 차종으로 (자비로) 업그레이드 해야한다고 들은 기억이 있습니다.
대부분은 자영업으로 인식하고 있지만, 파리바게트나 뚜레주르와 같은 프랜차이즈의 경우에도, 점주들의 월 수입은 거의 정해져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나가야하는 임대료나 알바 급여 외에, 주요 재료를 가맹본사에서 구매해야하고, 정기적으로 인테리어를 새롭게 해야하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자영업으로 생각하고 가게를 운영하더라도, 본사와의 계약관계로 자기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이 제한되어 있고, 매달 들어오는 수입 수준이 일정하다면 오히려 고용 관계에 더 가깝지 않을까요?
무엇이 문제인가
일차적으로는 잘못 분류되어 있는 노동자의 소득이 낮아지고 삶이 불안정해지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단순히 시간당 급여가 낮은 것뿐만 아니라, 연장근무를 해도 추가노동 수당을 받을 수 없고, 최저시급을 보장 받지도 못하게 되죠. 독립계약자로 분류되어 있으면, 갑자기 일이 끊긴다 해서 실업 급여를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여기에 더해, 위에서도 잠시 언급했듯이, 업무에 필요한 장비를 노동자가 직접 구해야하는 문제가 생깁니다. 우버 운전자여서 자동차 한 대가 필요하다? 어차피 차 한 대 정도는 있으면 쓸모가 많으니까 괜찮을 수 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특수 용도의 트럭이라면? 다른 프랜차이즈나 업종에서는 도저히 쓸 수 없는 인테리어와 가구를 구입해야한다면? 심지어 몇 년 주기로 업그레이드해야하고, 그 비용을 모두 내가 부담해야한다면?
아무리 열심히 일해서 차곡차곡 돈을 모은들 미래를 대비할 수 있을까요?
어느 개인의 문제이기만 한 것도 아닙니다. 사회도 그 비용을 지불하고 있습니다. 독립계약자로 분류되는 사람들은 일반적인 월급 생활자들이 내는 것 만큼의 세금을 내지는 않지요. 그리고, 고용보험이나 건강보험 같은 것을 생각해보면 그 만큼 부담액이 더 적게 됩니다. 그리고 고용보험이나 건강보험은 고용주가 나누어서 내도록 되어 있으니, 실제로는 기업이 부담해야할 비용 상당부분을 국가가 떠 안게 되는 효과도 있습니다.
앞으로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노동환경은 점차 더 빠르게 바뀌어 가고 있습니다. 아마 어떤 기술은 노동자들의 삶을 좀더 윤택하게 해줄 수 있겠지만, 사실 대부분의 경우에 기술과 시장의 규칙은 노동자보다는 고용인에게 좀더 호의적인 경향이 있습니다.
그리고 실질임금은 벌써 아주 오랫동안 거의 오르지 않고 있고, 소득 불균형은 더 심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우리가 우리의 노동현실을 좀더 세밀하게 살펴야 할 이유가 여기 있다고 생각합니다.
- 공유 경제로 대표되는 기술은 소비자의 효용을 크게 늘려주었지만, 노동자를 더 취약한 지위로 내몰았습니다. 노동자로서의 지위를 확보하기 위한 외국 우버 운전자들의 소송도 있었지만, 국내에서는 새로운 거대 사업자의 등장으로 기존에도 취약했던 독립 계약자의 지위가 더 어려움에 처하고 있습니다. (수도권 대리기사 ‘공포의 숙제’는?)
- 프랜차이즈 점주들은 과연 개인사업자 일까요? 장사가 잘 되면 그 만큼 많이 벌 수 있다고 하지만, 월급쟁이들도 실적 좋으면 보너스 받습니다. 오히려 생각해보면 정말 목이 좋은 위치에는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직영으로 들어가는 경우도 꽤 있고, 대부분 체인점 (편의점/빵집 등) 들은 매월 규칙적인 수입을 얻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과연 이들 대부분이 독립 계약자라 말할 수 있을만큼 독립되어 있을까요? 아마 위험의 측면에서는 위험 대부분을 독립적으로 부담하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수입과 권한 측면에서는 그러지 못하는 경우가 많을 것 같습니다. 체인점이되면 작은 빵집이라도, 정해진 곳에서 인테리어를 해야하고, 정해진 곳에서 정해진 원료를 정해진 가격으로 사와야 하니 독립성은 거의 없습니다.
오히려 실질을 살펴서 필요하다면, 이들을 일종의 급여 노동자로 생각해서 정책을 세우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