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취 감경이 정말 필요할까?


지난 주 쯤인가 주취 감경 폐지 청원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왔다. 주취 감경이란 술에 취해서 범죄를 저질렀을 때, 심신미약을 인정해서 형량을 줄여주는 것을 말한다. 최근에는 흉악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주취 감경으로 형량을 적게 받은 조두순의 출소가 많이 남지 않았다는 사실이 이슈가 되면서 다시 사람들의 입에 오르고 있다.

나도 주취 감경 폐지 청원에 서명을 했기 때문에, 추이를 약간의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20만이 넘었기 때문에 청와대에서는 12월 6일 입장을 밝혔습니다.

조 수석은 “현행법상 주취감형이라는 규정은 없으나 형법 제10조 심신장애인 조항 등이 음주 범죄에 적용될 수 있다”며 “조두순 사건 이후 성폭력특례법이 강화돼 음주 성범죄에는 감경 규정을 적용하지 않을 수 있도록 했다. 성범죄의 경우 ‘술을 먹고 범행을 한다고 해서 봐주는 일’은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이어 성범죄 외의 다른 범죄에 대해서도 일괄적으로 ‘주취감경’을 적용하지 않는 문제와 관련해서는 “이 조항은 음주로 인한 감경을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 일반적인 감경 사항에 관한 규정이어서 그 규정 자체를 삭제하는 것은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아예 음주를 심신장애 범주에서 제외하는 입법 논의도 시작될 전망”이라며 “자의로 음주 등 심신장애를 야기한 자의 범죄행위에 대해 감형할 수 없도록 한 형법 개정안이 발의됐고, 관련 공청회 등을 통해 사회적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내용상으로 보았을 때, 현재 주취감경에 쓰이고 있는 법 규정은 주취 감경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고 일반적인 심신미약 상태에 대한 것을 다루는 내용으로 보입니다. 다만, 심신미약 상태에 이르게하는 작용 중의 하나로 음주도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이 됩니다.

주취 감경에 대해서 신중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주취 감경이 특히 성범죄에서는 폐지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합니다. 2013년 6월 성폭력 특례법이 개정되면서 성범죄에 관한 한 판사가 재량에 따라 음주나 약물로 인한 심신미약 주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 이외의 범죄에서는 여전히 술에 취했다는 것이 중요한 고려 사항이라는 점입니다.

지난해 3월 창원지법 전주지원은 만취 상태에서 단독 주택에 침입해 잠자던 60대 남성을 이유 없이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20대 강모씨에게 심신미약을 이유로 형을 감경해 징역 15년 형을 선고했다.

그리고 제가 생각하는 다른 문제하나는 주취 감경 고려의 기본값(default)이 주취 감경을 적용한다는 것이고, 필요에 따라 하지 않을 수 있다라고 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사람들은 대부분 기본값을 그대로 사용하는 경향이 있고, 판사라고 해서 특별히 다르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한 마디로 주취 감경을 적용하지 않는 것에 추가적인 고민과 노력과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이고, 결국은 크게 이슈가 될 만한 문제가 없다면 주취 감경을 기본으로 적용하려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주취 감경을 없애자는 것이 심신미약 규정을 아예 없애버리자는 것은 아닙니다. 기사에도 나온 것처럼 음주를 심신미약 인정 사유에서 배제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것입니다. 일단 술은 여타 약물에 비해 구하기가 쉬워서 추후 법적 책임을 줄이기 위해 마시기가 쉽고, 본인의 주량을 잘 파악하고 있다면, 의학적으로는 사리분별이 어려울 만큼 취한 것으로 보이지만, 당사자는 여러 예리한 판단을 어느 정도 할 수 있는 수준을 유지하기가 아주 어렵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음주를 심신미약 사유에서 배제한다고 하더라도, 이미 초범이거나 죄를 충분히 뉘우치고 있다고 판단되면 형을 어느정도 감해 주기도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음주로 인한 심신미약으로 인한 감형을 기본으로 인정해주지 말고, 기본적으로는 형량을 모두 인정하되, 초범 여부와 죄를 뉘우치는 정도에 따라 감형을 특별히 해주는 정도 만으로도 말그대로 _술 먹고한 실수_에 대한 배려는 충분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