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anos Story
여자 스티브 잡스
내가 이 회사(Theranos)와 이 회사의 젊은 창업자에 대해서 처음 접한 것은 한 두해 전인데, 정확한 시기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페이스북에 공유된 뉴스(정확하게 이 뉴스는 아니지만)를 보았는데, 피 한방울로 수십 종류의 병을 진단할 수 있는 키트를 개발하는 회사를 설립하였고 수많은 명사들이 이 회사에 투자하거나 이사회에 참여하고 싶어한다는 내용이었다. 사진에는 매력적인 여성이 실험도구를 들고 있었고, 사람들이 그를 여자 스티브 잡스라고 부른다는 내용도 있었다. 다만 이 당시에는 기술이 아직 완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성에 대한 기대 이상은 없었다.
기대
테라노스는 엘리자베스 홈스가 19살에 창업한 회사이다. 이 조용하지만 비전있는 젊은 여성1은 스탠포드에 입학했을 때부터 다른 사람의 관심을 끄는 사람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학부생이었기에 대학원 실험실에 본래는 출입할 수 없었으나, 교수에게 요청해서 실험에 참여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 교수는 여전히 엘리자베스 홈스를 무척 뛰어난 사람으로 기억하고, 최근의 여러 문제들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는 듯이 보이기도 한다.
홈스는 스탠포드를 졸업하지 않고, 많은 창업자 선배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중퇴했다. 그리고 테라노스(Theranos)를 설립해서 혈액검사를 더 저렴하고 간단하게 만들 방법을 연구해 오고 있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단 몇 방울의 피로 수십 종 이상의 혈액검사를 수행할 수 있고, 비용은 훨씬 저렴하다. 미국 기준이긴 하지만, 기존 테스트에 비해서 50~80% 이상 저렴2하다고 한다. 홈즈는 이를 통해 22억 달러 이상의 의료 지출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 기술의 핵심 두 가지는 다음과 같다.
-
Nanotainer: 말 그대로 나노와 컨테이너의 합성어로 보인다. 아래 사진에서 홈즈가 들고 있는 작은 통이 바로 그것인데 말그대로 정말 작다.
-
Theranos Sample Processing Unit(TSPU): 위의 나노테이너에 담긴 혈액을 분석할 수 있는 기계이다. 최근의 기사를 보면 정식 명칭이 Edison으로 정해진 것으로 보인다. 기사를 조금 찾아보면 바로 알 수 있겠지만, 지금 문제가 되는 것이 실제 혈액 검사를 이 에디슨을 통해서 수행하지 않고, 또 경우에 따라 혈액의 양이 모자라서 물로 희석해서 분석을 한 정황이 보인다는 것이다.
혈액검사 비용이 저렴해 진다는 것은 단순히 정부의 의료비 지출을 줄이는 것 이상의 효과가 있다. 의료 트렌드를 봤을 때, 계속해서 걸리고 나서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미리 진단하고, 병에 걸리지 않도록 막는 쪽으로 이동해 오고 있다. 그런데, 진단 비용이 비싸면 — 아무리 걸리고 치료하는 것 보다는 저렴해다고 해도 — 막상 검사를 받을 생각을 잘 못하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월그린 같은 동네 드러그 스토어에서 진단 키트를 구입해서 저렴한 가격에 혈액 검사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엄청난 발전이다.
의심
처음 테라노스에 대해 접한 이후, 테라노스와 관련해 특별히 이목을 끄는 뉴스는 한참 동안 없었다. 2013년에 herpes 진단을 위한 승인을 FDA에 제출 했고, 2014년 말부터는 미국의 대형 드러그스토어인 Walgreen에서 진단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월그린에 진단키트를 공급하는 것은 미국 전역에 걸친 것은 아니기도 해서 나도 최근에 찾아보고서야 실제 공급을 시작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오히려 최근 큰 뉴스가 되고 있는 것은 테라노스에 대한 의심과 신생 바이오 회사의 추락 가능성에 대한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015년 10월 16일에 테라노스가 실제 205건의 테스트 중에서 15건만 자신들의 새로운 기술을 적용하여 테스트를 수행했고, 나머지 190여 건의 테스트는 지멘스 등 기존의 테스트 기기를 이용하여 테스트를 했다고 전했다. 그리고 테스트 과정에서 허위 또는 조작의 가능성도 전 직원의 증언을 바탕으로 제시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 후, 포쳔은 이전 이 회사의 창업자인 엘리자베스 홈즈에 대해 쓴 커버스토리에 대해 사과하는 기사를 개제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테라노스의 추락 또는 위기라는 제목을 달아서 이에 대해 많은 기사를 내놓았다.
여러 사람들이 지적하는 가장 큰 문제는 이 회사에 근거를 거의 제시하지 않거나, 제시한 근거가 너무 빈약하다는 것이다. 회사 입장에서는 중요한 기술에 대해 비밀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또한 동시에 많은 사람들이 특허제도란 것은 바로 이런 상황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충분한 근거를 제시해서 특허를 등록하고, 특허의 보호를 받으면 된다. 원리는 보호 받을 것이고, 이에 대한 근거는 수많은 독립적인 과학자들이 제공할 것이다.
하지만 테라노스는 그러지 못했다.
반론
이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 FDA에서 제기된 문제들에 대해서 검토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그 와중에 블룸버그에서는 지금의 문제에 대해 인터뷰와 조사를 바탕으로 지금의 쟁점과 테라노스와 지지자들의 반론을 다룬 장문의 기사를 내보냈다.
이 기사에서는 이슈가 되고 있는 여러 문제들에 대해서도 알려주고 있지만, 동시에 테라노스와 그 지지자들의 의견도 여럿 소개해 주고 있다.
먼저 Concepcion 박사는 아직 테라노스 검사의 정확성은 아직 보장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지금 정확하지 않은 것에 대해 테라노스를 비난할 것이 아니라, 테라노스가 더 열심히 하면 될 일이라고 말했다.
Based on the data he’s seen, though, he says he’s “encouraged” that the technology is feasible. The first step is, “Does it work?” he says. “And if it does not work, can we tweak it until it does work?” If it isn’t perfect, he says, the solution isn’t to pile on Theranos. It just means the company needs to work harder. He adds: “There are millions of people out there who need this to work.”
또한, 지금 테라노스가 겪고 있는 언론 문제는 테라노스에 이에 대응하기 위한 인프라가 아직 준비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물론 있다.
Responding to a situation like this, “you need speed, you need evidence, it’s a full-court press,” he says. Theranos “doesn’t have the infrastructure to respond, in a way, and so that probably led people to think, ‘Oh God, there must be some truth to this.’ It’s been behind, in my opinion, up until lately, in refuting the allegations and not focusing on test results.”
홈즈의 지지자들은 물론 테라노스의 기술력이 아직 완전하지 않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해결될 수 있는 이러한 여러 문제가 테라노스의 비밀주의와 언론에서 문제가 제기되었을 때, 대응을 위한 인프라가 부족하기 때문에 더 큰 문제처럼 부풀려져서 드러나고 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동시에 이런 비밀로 둘러쌓인 벤처기업이 유니콘이 되었을 때, 이를 시기하는 사람들도 틀림없이 있다는 것이다.
아직 갈 길이 멀다.
하지만 그건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서 더 열심히 걸어야한다는 뜻이지, 주저 앉거나 돌아가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먼 길, 틀린 길?
홈즈는 테라노스가 비밀에 둘러쌓였던 시기는 끝이 났고, 이제을기자를 포함한 외부인들을 초청해서 테스트를 해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12월에는 독립적인 의학전문가들이 와서 이틀간 테라노스의 연구실을 검사해 보고, 데이터, 규제기관에 제출한 서류, 기술력 등을 확인해 볼 것이라고도 했다. 그리고 최근의 인슈들은 물론 고통스러운 것들인 것은 사실이지만, 공짜 광고 효과도 충분히 있었다는 것이다.
아직 규제기관의 발표도 나지 않은 상황에서 성급하게 테라노스는 틀렸다고 말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물론 전직원들의 증언이 있고, 그것이 사실일 확률이 매우 높기도 하지만 과거의 잘못이 고쳐지지 않은 채로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알 수 없다. 물론 기술 자체도 아직 부족함이 많다. 미량의 혈액으로 30종 이상의 질병 검사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아직 이 목표에 도달하기까지는 한참 멀은 것으로 보인다.
이 회사에 지금 아쉬움을 가지고 있는 것은 이 회사의 기술이 많은 사람들에게 — 특히 비싼 검사비를 내기 어려워 치료가 늦어지는 가난한 나라의 사람게에게 — 큰 가치를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같은 경우에도 더 저렴한 가격에 적시에 검사를 받을 수 있으면 그 효용은 비용 측면에만 머무르지는 않을 것이다.
테라노스가 걸어간 길이 틀린 길이 아니라, 먼 길의 중간 쯤이길 바라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