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6s Plus
아이폰은 처음 아이폰 4를 구매하고, 2년 뒤에 5를 구입해서 3년 여간 사용했습니다. 아이폰 5는 연초에 하우징을 바꿔서 새 것 같은 느낌도 들고, 배터리도 한 번 교체했는데도 불구하고, 최근에는 출근하면 배터리가 40% 정도 밖에 남지 않는 등 이제 한 번 바꿔 줄 때가 되었구나 싶긴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큰 맘 먹고 미국에서 아이폰 6S Plus를 구입했습니다. 아이폰 5는 집에 두고 조깅을 나가거나 다른 운동을 할 때 사용할 계획이에요. 아이폰을 이제 2주 가량 써 봤는데, 그 동안 느낀 점을 공유해 보고자 합니다.
외양: 크기와 무게
아이폰 5를 사용할 때는 그냥 아이폰 6만 봐도 무척 커보여서 들고다니려면 애 좀 먹겠다 싶었습니다. 사실 이번에 구입하며 여자친구 것도 같이 구입을 하면서 모델을 다르게 구입해야 겠다는 생각이 처음에 있어서 (관세 문제…) 플러스 모델로 선택을 했는데, 나중에 배송이 따로 되어 그럴 필요가 없어지고 난 이후에도 그냥 플러스 모델을 구매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사람 눈이 간사한 건지, 아니면 사람이 적응의 동물인 것인지 모르겠으나, 지금은 이 모델의 아이폰도 그렇게 부담스럽게 크다고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가끔 아이폰 5를 보면 장난감처럼 조그마해 보일 정도에요. 아이폰 6 Plus의 해상도가 제대로 적용된 앱들은 한 번에 보이는 내용이 많아져서 좀더 시원한 느낌이 듭니다. 아직 해상도 대응이 안된 어플리케이션의 경우에는 역시 좀 어색해 보이긴 하네요.
화면이 커진 것은 사실이라서 지하철 같은데서 사용하기는 확실히 좀더 불편해 지기는 했습니다. 예전 아이폰 5를 쓸 때는 어지간한 것은 한 손으로 충분히 조작이 가능했고, 글을 읽든 게임을 하든 크게 무리가 없었습니다만, 전화기를 바꾼 이후로 한 손으로 복잡한 조작을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고, 가끔은 단순히 스크롤을 하는 것도 한 손으로는 부담스럽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사실 큰 화면으로 바꾸고 가장 불편한 점이 이것이네요.
그리고 무게도 분명 더 무거워졌습니다. 세부적인 스펙에 크게 관심을 가지는 편이 아니라서 무게를 비교해 보지는 않았습니다만, 같이 들어보면 느낌상으로는 더 무겁게 느껴지네요. 양복 안주머니에도 넣어보면 밑으로 좀 쳐지는 것이 느껴질 정도입니다.
더 넓어진 디스플레이
화면이 더 넓어지면서 한 화면에 보여지는 정보량도 더 많아졌습니다. 가장 단순한 변화로는 한 화면에 보여지는 목록의 수가 늘어났다거나, 그 전에는 가려지던 내용이 이제는 보이게 되었다거나 하는 점일 것입니다. 사실 이 정도 변화는 플러스 모델이 아닌 일반 모델이라도 6 이후에는 다 비슷하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조금 더 보여주느냐 덜 보여주냐의 문제일 뿐이겠지요. 하지만 화면 넓이가 직경 5.5인치 정도되면 그냥 더 많이 주는 것 이상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기존 아이폰의 크기가 4인치였고, 기존 아이폰 고객 중에서는 이 크기가 딱 적당해서 6 이후 모델로 가고 싶지 않다는 사람들도 일부 있었지요. 4.7 인치까지는 “한 손에 충분히 쥘만하고 화면에서 보여주는 것도 더 많아.”라고 설득할 수 있지만, 5.5인치로 가면 그것만으로는 근거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굳이 한 손에 쥐기 부담스러운 크기의 전화기를 사야할 이유가 필요하겠지요.
전 갤럭시 시리즈는 노트와 전용 스타일러스를 통해서 그 필요성을 설득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수첩의 필요성까지 충족시켜주는 스마트폰으로 자리매김했다고 보이거든요. 가끔 아이패드에 Pencil(마침 40% 할인행사 중입니다.)을 이용해서 그림 같은 걸 끄적거려 보곤하는데, 4인치 아이폰에서는 — 특히 부족한 실력으로는 — 뭔가 해보기엔 공간이 너무 좁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5.58인치 정도 되는 노트시리즈라면 스타일러스 펜을 이용해서 메모를 하거나 그림을 끄적거려볼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간이 확보된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폰도 더 큰 화면을 위한 이유를 제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데 애플에서는 아이폰을 위한 스타일러스 같은 것은 만들지 않죠. 사실 애플은 이제껏 스타일러스는 만들지 않다가 이번에 아이패드 프로를 출시하면서 처음 소개했습니다. 당연히 그 스타일러스 — 애플 펜슬 — 은 아이패드 프로 전용이어서 아이폰에선 쓸 수 도 없죠. 아이폰 플러스 시리즈는 아이폰이되 아이패드에서의 필요성도 어느 정도 해소시켜주는 하이브리드 모델로 만들어 졌다는 생각이 듭니다. 왜냐하면 iOS 수준에서부터 가로모드를 지원하기 때문인데요. 물론 기존 아이폰에서도 게임이나 앱 차원에서 가로모드를 당연히 지원해 주기는 했지만, 아이폰 플러스 모델에서의 가로모드는 한 걸음 더 나아갔다고 생각합니다.
가로 화면: 설정, 홈화면
가로화면: 옴니포커스, 키보드(Drafts)
아시다시피 원래 아이폰에서는 설정에서 가로화면을 지원하진 않습니다. 사실 가로로 하면 위 아래가 너무 짧아져서 사용이 좀 불편해 질 수 있을텐데, 플러스 모델 정도되면 가로모드로 해도 높이가 어느정도 확보가 되서 목록을 넘겨보는데 큰 불편이 없습니다. 더불어 그다지 큰 도움될 일 없는 홈화면에서까지 가로 모드를 지원하는데서 애플이 아이폰 플러스 모델은 작은 아이패드처럼 사용할 수도 있게 하겠다는 의도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의도를 보여주는 다른 예시가 가로화면에서 보여지는 키보드입니다. 세로 화면에서 키보드는 여타 아이폰의 키보드 레이아웃과 다를 바가 없는데요. 우연히 가로 화면에서 키보드를 꺼냈다가 아이패드에서 처럼 글자모양, 붙여넣기, 되돌리기 등의 기능 버튼이 기본으로 들어가 가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플러스가 아닌 아이폰 6에서도 이정도 키보드 레이아웃은 포함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이 들지만, 확인해 보니 플러스가 아닌 모델에서는 이러한 기능 버튼이 없다고 합니다. 사용 목적을 확실하게 나눠서 차별화를 시도하는 것 같네요.
하지만 아직 개별 앱에서는 이런 가로화면을 제대로 활용하는 것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제가 즐겨 사용하던 Things의 경우에 기존 아이폰 앱에서는 기본 할일 아이템 목록에서 태그가 있다고 표시만 하고 태그 내용을 보여주지 않았는데, 플러스 모델의 가로화면에서는 태그의 글자가 보이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출제자의 의도를 잘 살린 프로그램으로 다른 유명 할일 관리 앱 중 하나인 옴니포커스를 꼽고 싶습니다. 아이폰 5까지만 해도 가로 화면은 그냥 그 화면 목록을 넓게 보여주는 게 다였지만, 6s Plus로 오면서 가로화면에서는 화면 왼편에 홈 화면을 보여주며 언제든지 다른 Perspective로 옮겨갈 수 있도록 하고 있어요.(물론 전체 화면 보기로 전환도 가능합니다.) 앞으로 더 큰 아이폰의 가로화면을 더 잘 활용하는 앱이 많아지면 일반 아이폰과 아이폰 플러스 시리즈의 차별점이 더 명확해 질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3D 터치
3D 터치는 아래에 소개할 라이브포토와 함께 이번 시리즈에서 처음으로 소개된 기능입니다. 처음에는 압력을 2단계로 인식해서 일종의 short-cut을 제공하는 기능 정도로만 생각을 했는데, 직접 사용하면서 보니 더 많은 가능성이 열려 있네요.
퀵액션: 런치센터 프로, 옴니포커스, 트윗봇4, Peek & Pop
퀵액션 기능은 단순하지만 꽤 유용합니다. 자주쓰는 기능이 퀵 액션으로 등록되어 있다면, 기존에 앱을 열고, 해당 메뉴를 찾아들어가서 버튼을 누르는 과정을 한 단계로 통합해 줍니다. 그리고 픽 앤 팝의 경우에도 잠깐 훑어보고 돌아올 화면이라면, 조금 더 세게 살짝 눌러서 확인하고 손만 떼면 되기 때문에 움직임을 절약해 주게 되죠. 아주 사소하긴 하지만 적응되면 참 간편합니다. 기존에 없던 방식으로 기계와 상호작용하기 때문에 오히려 불편하다는 사람도 있지만, 익숙해 지면 충분히 유용한 기능입니다. 참고로 퀵액션은 폴더 내부의 앱도 지원이 됩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서 53에서 만든 페이퍼 같은 앱에서는 전용 스타일러스의 도움 없이 감압 기능을 도입했습니다. 펜 툴에 따라서 꾸욱 눌러주면 잉크의 굵기가 굵어지거나, 연필이 진해지거나, 붓의 면적이 넓어지는 등의 효과가 있습니다. 옴니포커스를 쓰다보면 가끔 프로젝트나 다른 할 일의 하위 할일로 분류해주려면 하나하나 메뉴를 눌러서 해당 프로젝트를 지정해 줘야하는데, 여기서도 3D 터치를 잘 활용하면, 같은 화면에서는 드래그 & 드롭과 유사한 방식으로 할 일을 분류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도 듭니다. (심사에서 거절되었다고는 하나, 3D 터치의 감압기능을 이용해서 무게를 제는 앱도 제출이 되었었다고 합니다. 아마 무턱대고 무거운 물건을 올려서 무게를 재려다가 화면이 깨지기라도 하면 책임 소재가 애매해지기 때문에 거절한 듯 하네요)
사람들의 창의력은 끝이 없으니, 이런 새로운 놀잇감을 앞으로도 그냥 놔두진 않을 것이라고 기대해 봅니다.
카메라와 라이브 포토 (Live Photo)
아이폰의 가메라 성능이 갤럭시에 따라잡힌지는 이미 꽤 오래되었다고들 하니다. 아마 아이폰 5s 정도부터는 카메라 성능만 봐서는 딱히 더 나을 것이 없고, 블라인드 테스트 등에서 갤럭시를 선택하는 비율이 훨씬 높아졌습니다. 아이폰 6s가 나온 이후에도 블라인드 테스트에서는 영 죽을 쑨다는 소식도 보이네요. 하지만 개인적으로 스마트폰 카메라 성능은 이미 아이폰 5 정도면 최고는 아니어도 부족함은 없다고 생각하고 있어서 최고의 성능을 원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몇몇 리뷰도 보다보면 어쨋든 기존 아이폰에 비해서는 카메라 성능이 꾸준히 좋아지고 있어서 카메라 성능에 대해서는 크게 불만이 없습니다. 감정적인 것일 수도 있으나, 아이폰으로 찍어서 아이폰으로 보면 사진이 무척 잘 나와 보이기도 하구요. 그리고 저부터도 그다지 훌륭한 사진가는 아니어서 카메라에 대해서 깊이 있게 할 만한 말은 별로 없습니다.
그보다 애플이 이번에 새롭게 소개한 소프트웨어 기능은 정지된 순간을 포착하는 사진에 — 3D 터치와 마찬가지로 — 새로운 차원을 더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이미 작년 쯤부터 짧은 길이의 동영상이 유행하기 시작했고, 라이브 포토도 이 흐름에 편승한 것 뿐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라이브 포토의 본질이 사진이라는 점은 다른 짧은 길이 동영상 서비스와는 다른 선상에 있음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가끔 공유되는 클립을 보면 인기있는 짧은 동영상은 동영상 자체적으로 의미가 있고, 재미있는 영상이며, 그 특색있는 장면이 계속해서 반복됩니다. GIF 같은 경우에 그러한 무한한 반복을 이용해서 또 다른 즐거움을 만들어 내기도 하는데요. 라이브 포토는 이와 다르게 기본적으로 사진이고, 기본적으로 사진으로만 보여집니다. 그러니까 정지된 장면 그 자체로 누구에게든 어떤 것이든 의미가 있는 것이죠. 그런데 사진을 보다보면 가끔 궁금할 때가 있습니다. 이 사진을 찍기 직전에 어떤 일이 있었을까. 이 사진 바로 다음에 무슨 일이 벌어지게 될까.
라이브 포토는 바로 그 지점을 파고 든다고 생각합니다. 동영상이 그 자체로 재미있기 보다 — 그 맥락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 멋진 사진이 찍혀진 그 상황에 대한 진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죠. 물론 그 진짜 맥락은 포착된 찰나를 더 멋지게 보여줄 수도 있을 것이고, 우리의 상상력을 지워버리면서 그 사진을 더 하찮게 할 수 도 있을 것입니다. 아마 우리의 추억도 정지된 사진을 보는 것과는 좀더 다른 모습으로 남을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여자친구는 라이브 포토는 애완동물 기르는 이를 위한 최고의 선물이라고 하더군요. 사실 사람은 사진을 찍을 때 카메라를 의식하니까, 몇 번 라이브포토로 찍어봤는데, 그냥 풍경 찍는 것보다 나을 게 별로 없었어요. 그냥 3초짜리 사진 찍은 기분이지요. 그런데 동물들은 카메라 의식하지 않고 움직이니까 뭔가 귀여운 행동을 하고 있을 때, 라이브 포토로 찍으면 찰나의 모습과 그 행동하는 모습이 동시에 남아서 더 기분이 좋은 듯 합니다.
라이브 포토는 — 여러 사람들이 추측하기로 — 지속적으로 동영상을 찍다가 사진을 찍는 순간을 기점으로 앞뒤 1.5초를 동영상으로 저장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사진 찍을 때 마다 음악이 끊기고, 카메라를 나와서도 다시 재생이 안되는 건 개선되야할 점이에요) 저장되는 형식도 번호 매겨진 jpg 파일에 같은 이름의 mov 파일이 같이 남는 것입니다. 많은 창의적인 분들이 이 메카니즘을 이용해서 라이브포토를 찍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내는 방법 도 찾아 냈습니다. 이걸 이용해서 여러 가수들의 뮤직비디오나 애니메이션 화면 등을 라이브포토로 아이폰에 넣고, 잠금화면으로 이용하시는 분들이 많으신 듯 하네요. 문성욱님이 만드신 Wiper 광고차단앱에 숨은 기능으로 들어가 있고 최근에 쉐어 라이브란 앱도 출시해서 라이브포토를 작성 또는 다운 가능하다고 합니다. (쉐어 라이브는 베타 테스터로 오늘 등록도 했는데, 아직 어떻게 쓰는 건지…)
마치며
물론 저는 안드로이드나 블랙베리 등 다른 계열의 스마트폰을 사용해 본적이 없어서 새로운 아이폰의 장단점을 제대로 의식하지 못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아이폰은 스마트폰으로서 견고한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가면 갈수록 그런 위치를 유지하는 것이 어렵겠지만, 3D 터치나 라이브포토 같은 기계와 상호작용하는 새로운 방식은 의미있는 시도이고 사용자로서도 꽤 즐거운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