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시장화와 시민사회의 가치
아마 다른 중요한 저서도 분명 있었겠지만, 대중적으로 주목을 끄는 책으로서는 두 번째로 한국에 소개되는 마이클 샌델 교수의 책이다.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정의 그 자체에 대한 이런저런 개념을 소개하고 정의에 대해서 고민하는 계기를 제시했다면, 이 책에서는 시장이 과연 시민 사회에 침투해 오는 것을 _허용해도 좋은가_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고 생각할 수 있다. 두 말 할 것도 없이 센델 교수가 생각하는 답은 시장이 유용한 도구이나 우리 사회를 지배하게 둬서는 안된다라는 대답일 것이다.
경제학자들은 시민사회의 여러 가지 규범 혹은 가치가 시장화되더라도 그 본질적인 가치는 훼손되거나 변질되지 않으며, 사장 제도의 도입이 시민 사회의 여러가지 __비효율__을 제거하는 긍정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센델 교수는 때로 어떤 가치는 가격이 매겨저서 거래되기 시작한다면, 그 가치가 _변질_되거나 _훼손_되어서 더 이상 시민사회에 기여하지 못하게 되거나, 사회 구성원이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바람직하지 못한 덕성 – 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 을 계발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이 책에서는 시장화가 가치의 본질을 훼손시키는 경우를 크게 다음과 같이 나누고 있다.
- 사람들에게 무언가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것을 하도록 금전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
- 자기 차례를 줄서서 기다리는 대신 새치기의 권리를 구매하는 것
- 명예나 진심어린 사과 같은 것을 돈으로 사거나 대행할 수 있는지의 문제
- 삶과 죽음을 시장에서 거래하는 것
- 마지막으로 스카이박스화(skyboxification)의 문제 등이다.
개인적으로 책을 보면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 중 하나는 청소부보험 문제였다. 청소부보험이란, 회사에서 갑작스레 죽는다면 회사에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는 임원 뿐만 아니라, 말단 직원에 이르기까지 회사를 수익자로 하여 생명보험에 가입하는 것이다. 그래서 만약 직원이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는다면 가장을 잃은 가족보다 먼저 회사에서 큰 수입을 올린다. 여기서 무서운 점은 직원은 보험료를 납부하지도 않고, 나중에 수익자가 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자신의 생명을 담보로 한 계약에서 완전히 배제된다는 것이다. 거기다가 만약 회사가 공장을 운영한다면 안전을 위해 투자하기 보다는 직원들의 위험을 방조할 가능성도 생길 수 있지 않을까. 그나마 다행인 것은 미국 주 정부에서도 규제를 시작해서 본인의 동의없이는 생명보험에 가입하지 못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부분에 대해서 교육을 잘 받지 못한 사람의 경우에는 여전히 이용당할 위험이 있으므로 경영자들의 인식이 바뀌는 것이 더 중요한 문제일 것이다.
시장이 여러가지 사회 기능을 효율적으로 바꿔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돈으로 사지 말아야 할 것들도 시장화되어 돈으로 살 수 있게 되면서 본래 합당하게 지녀야 할 가치를 더 이상 지니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이 생기는 것 같다. 분명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리라고 믿는 한 가지는 세상에는 분명 어느만큼의 돈을 주더라도 살 수 없는 것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그러한 것들이 점점 줄어들어간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이 안타까운 이유는 심화되는 빈부 격차가 가지지 못한 사람들에게서 그들이 예전에는 가난과 관계없이 가질 수 있었던 것을 빼앗아서, 가진 자들에게 주고 있기 때문이다. 돈을 가진 사람들은 점점 더 돈 보다 더 많은 것들을 가질 수 있게 되어가고 있다. 하지만 그렇게 손에 넣은 것의 가치가 _변질_되어버리고 나면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 계속해서 그 가치를 지켜가기를 바라본다.
* 스카이박스화: 미국 야구장의 경우, 과거에는 가장 비싼 좌석과 가장 저렴한 좌석의 가격차이가 크지 않았으나, 시장화 풍조로 인해 스카이박스가 설치되면서 가격 차이가 최대 수십배까지 발생하게된 현상을 말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야구 경기가 시민들이 빈부 격차에 상관없이 모두가 모일 수 있는 축제의 장이었으며, 광장의 기능을 담당했지만, 스카이박스로 대표되는 시장화가 야구경기에서 그러한 광장의 가치를 몰아내고 있음을 의미한다.